하와이, 여기가 바로 닭의 천국..?
2025년 5월 다녀온 하와이.

끝없는 해변은 기대했는데, ‘닭’을 떠올리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오아후 섬의 노스쇼어에서 며칠을 보내다 보니, 길거리, 주차장, 해변, 심지어 푸드트럭 근처까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닭들을 정말 자주 마주쳤다. 마치 한국의 길고양이처럼 자연스럽게 사람 곁을 오가는 닭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지켜보기도 했다.
닭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뭘까?
처음엔 “이 닭들, 누가 키우는 거지?”라는 궁금증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이 닭들은 대부분 ‘야생닭’이다.ㅋㅋ 하와이에는 닭이 많아진 특별한 이유가 있다.
• 역사적 배경: 하와이의 닭은 1000년 전 폴리네시아인들이 섬에 처음 정착할 때 데려온 붉은 정글닭(Red Junglefowl)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백인들이 데려온 집닭과 교배되면서 지금의 야생닭이 탄생했다.
• 허리케인과 탈출: 1982년과 1992년, 하와이에 큰 허리케인이 닥쳤을 때 농장과 닭장이 파괴되면서 닭들이 대거 야생으로 풀려났다. 이 닭들이 번식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늘었다.
• 천적이 없는 환경: 하와이에는 뱀이나 삵, 족제비 같은 닭의 천적이 거의 없고, 기후도 온화해서 닭이 살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다. 먹이도 풍부해서 닭들이 자유롭게 살아간다.
• 사람과의 공존: 현지인들은 닭을 특별히 잡아먹지도 않고, 관광객들이 주는 음식도 닭들에게 훌륭한 먹이가 된다. 그래서 닭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롭게 다닌다.
여행자의 시선에서 본 하와이 닭
노스쇼어 해변을 걷다 보면 닭 가족이 병아리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기다릴 때면 닭들이 근처를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닭조심’ 표지판이 붙어 있는 곳도 있었다. 한국에서 길고양이를 보는 것처럼, 하와이에선 길닭(!)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나도 닭과 함께 커피를 마셨다.
이 닭들은 깃털이 반짝이고, 움직임도 경쾌하다. 새벽에는 꼬끼오 소리가 들려서 하와이의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닭 울음소리가 신경 쓰일 때도 있지만, 왠지 이국적인 정취를 더해주는 요소로 느껴졌다.
특히 아침을 알려주는 닭의 울음소리는.. 정말 새로웠다.ㅋㅋ
닭이 많은 것이 골칫거리이기도
관광객 입장에서는 신기하고 귀여운 풍경이지만, 현지 주민들에게는 닭이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닭들이 텃밭을 망치거나, 온종일 울어대서 소음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하와이 주 정부에서는 닭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포획 작업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와이에서 만난 닭들은, 그리고 여러 동물들은, 그야말로 이곳의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하와이에서, 이들도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에 하와이에 간다면, 길거리에서 만나는 동물들과 눈인사 한 번 건네보는 것도 하와이 여행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